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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ㆍ행정법원] 법원 “정수기 설치수리 기사, 근로자 맞다...업무상 재해 인정”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36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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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5.26

 

-추가 지역 배정받으면서 업무량 급격하게 증가...일 그만두고 6일만에 ‘뇌출혈’

-근로시간 입증 어렵다고 공단이 산정한 시간 옳다는 것 아냐...수수료 증가분으로 추정 가능

-흡연력, 음주력 있다고 해도 업무상 재해 인정할 수 있어


정수기 설치수리 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13일, 정수기 설치수리기사 A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A는 B사업장과 위임계약을 맺고 정수기 배달, 설치, 수리 업무를 위임 받아 수행하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정수기 설치 수리기사다.

A는 2017년, 뇌간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는 정수기 수리업을 하는 사업주지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요양불승인결정을 내렸다. 이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밝혀진 바에 따르면 A는 2017년 2월 이후 추가로 지역을 배정받으면서 업무량이 급겹하게 증가했고, 주 6일 하루 평균 10시간에서 11시간 정도 근무했다. 평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8시 경 사업장 지점에 출근해 업무를 배당 받아 출장업무를 시작했고, 고객요청에 따라 저녁 6시 이후나 주말에도 일해 온 것.

서비스 업무 도중 고객의 항의나 독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사업장으로부터 C/S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건강상태가 나빠지자 2017년 5월 위임계약을 해지했지만, 위임계약을 종료한지 6일 뒤에 기존 고객이자 지인을 방문해 정수기를 수리해 준 다음 쓰러져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A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형식상 B사업장과 위임 계약이었지만, 사업장으로부터 임금을 받기 위해 지시나 감독을 받는 종속적 지위에 있었다”며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우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 결국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우선 문제된 것.

 

■명목상 개인사업자, 주6일 근무에 매일 퇴근보고...법원 “근기법상 근로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회사가 콜센터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업무를 요청받으면 기사에게 배정하고, 기사가 배정 받은 특정 지역 고객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매일 아침 8시 경 사업장 지점으로 출근해서 지점장으로부터 정수기 설치, 수리업무를 배당 받았고 퇴근 후에도 지점장에게 네이버 밴드에 퇴근 보고를 해야 했다.

또 정수기 설치나 수리 등 업무를 수행한 후 고객으로부터 PDA 확인서명을 받고 밴드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지점장에게 실시간 업무보고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A는 일할 때도 사업장 상호가 기재된 작업복이나 가방, 명함을 사용했다.

A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이 돼 있기는 했지만, 배당 받은 정수기 수리업무를 주6일 상시 수행해서 다른 사업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었고, 실제로 사업자로 올린 소득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가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는 사업장이 정했다”며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업무상 재해도 인정…“음주력, 흡연력 있었지만 기본 업무 강도가 강해”

 

공단측은 A가 평소 주3~4회 1일 소주 1병을 마시는 음주습관과 17년 간 하루 반갑 정도 흡연을 해온 사실을 들어 “개인적 위험요인이 악화돼 발병한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라서 뇌혈관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시간 관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시행령은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 아니”라며 “게다가 공단이 지문인식시스템이나 출퇴근 명부 등 근로시간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실제 근무시간을 단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월 평균 수수료가 업무가 급증한 2017년 2월부터 이 전에 비해 50%가 넘게 증가했다”며 “업무량도 그만큼 증가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업무상 질병이나 스트레스도 크다고 봤다. 법원은 “상당한 무게의 정수기를 배달 설치하고 매일 아침 8시까지 지점으로 출근하는 등 육체적 강도가 적지 않다”며 “서비스가 지연되면 고객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차량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고, 고객 불만 접수시 사업장 문책이나 교육을 받는 등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막연히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확인되는 업무량, 강도, 업무환경 특징을 보면 충분히 이 사건 상병(뇌혈관 질환)을 유발이나 악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나 음주습관, 흡연력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원고의 나이가 만38세로 뇌출혈이 호발하는 연령대도 아니다”며 “설령 기존 건강상태가 업무상 재해 발생이 일부 경합하는 사정이었다고 해도, 그것만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



- 출처 : 월간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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